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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
  • 입력 2023.01.19 17:13

여든 중후반 할머니께서 주고 가신 "하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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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인생이 매일 거의 같은 일상이라지만 유난히도 더 곤한 날이 있다. 바로 오늘이 그날이었을까... 나는 솜뭉치를 물속에 푸욱 담갔다가 꺼낸 듯 무거운 몸으로 일터에 나왔다. 아마 만근은 아니더라도 천근 쯤 되려나~~

수북이 쌓인 일들을 감사하자 감사하자..” 되뇌이며 차근차근 하나둘 허물고 있을 무렵 고객의 목소리가 들렸다.

~ ..  말씀 좀 물어봐도 될까요?”   
.. ..  말씀하세요.”
"
장을 봤는데 계산대가 어딘지 알 수가 없네요. 이리 가도 아니고 저리 가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물어봤는데 가르쳐 주는데도 잘 모르겠어요.”
어머나.. 그러셨군요. 마침 제가 그곳에 갈 일이 있는데 저랑 같이 가요.”

.. 아니에요. 바쁘게 일하던 중인 거 같은데.. 가르쳐주기만 해도 되는데.. 아이고 이걸 어쩌나..”

여든 중후반쯤 되어 보이시는 할머니는 한사고 마다하시며 떠미신다. 밀고 당기고 하던 중 내 눈에 힐긋 할머니의 여윈 손으로 겨우 잡고 계신 묵직한 장바구니가 보였다.

나는 얼른 덥석 받아든 후 다른 손으로 할머니의 손을 잡고 넘어지실까 조심조심 할머니의 눈을 마주보며 2층을 돌고 1층을 돌아 계산대까지 꽃길을 걷는 듯 달콤하게 걸었다.

그리고 돌아서려는데 댁까지 가시는 길 걱정하는 내 속내를 알아채신 듯 얼른 돌아가라고 목 인사를 계속 하시면서 떠미셨다.

그렇게 돌아온 잠시 후..   “저~ ..  아가씨.. ”
아줌마도 한참 지난 내가 예뻐 보이셨는지 누군가 아가씨라고 달콤하게 부르신다.

.. 아니.. 무슨 일이세요. 아니.. 어떻게 다시 오셨어요.”
무슨 일이신지 할머니가 다시 오신 것이다.

.. 그게 아니고..  내가 그냥 갈 수가 없어서 다시 왔어요. 날씨가 더 추워질 수도 있고.. 이곳을 다시 오기가 힘들 수도 있는데.. 아가씨가 너무 고마워서 이대로 그냥 갈 수가 없어 얼굴 보러 왔어요.”

할머니의 진심어린 마음이 담긴 말씀에 당황하며 손을 보니 한 손에는 낯익은 장바구니가 들려 있고 다른 손은 마가렛트 과자가 비치는 비닐봉투를 꼭 쥐고 계셨다.

바로 그 순간.. 할머니와 나의 세월 차이가 30년은 되는 거 같은데 각자라는 벽이 와르르 무너지고 우리로 하나가 되어 감동의 눈물이 고였다. 우리 두 사람의 눈에 만개한 봄꽃처럼 감사가 흘러 넘쳤다.

나는 왈칵 눈물이 쏟아질 거 같아 얼른 품에 꼬옥 안아드리고 눈물을 훔친 후 끊어질 거 같은 비닐 장바구니를 나의 긴 끈이 달린 천 가방에 옮겨 드리며 말씀드렸다.

이렇게 들고 가세요. 아니.. 들고 가시면 손이 아프실테니 어깨에 메고 가세요. 그리고 아직 길이 미끄러우니 천천히 걸어가세요.. 아셨죠?”

아아.. 아니.. 그냥 들고 가도 괜찮은데.. 너무 고맙고 미안해서 어쩌나.. 이거 과자 여기 두고 커피에 콕 찍어서 먹어요.. 너무너무 고마운데 이 고마움을 표현할 길이 없어서 과자라도 주고 싶어 사왔어요. 아가씨는 나를 처음 보았는데도 어쩌면 그렇게 친절하게 잘해주는지.. 너무 고마워요. 다음에 이 마트에 또 오면 아가씨 보러 여기로 찾아올게요. 꼬옥~ ”

에구.. 제가 해드린 것도 없는데 이렇게 귀한 선물을 사오셨네요. 마침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과자네요.. 고맙습니다.”

할머니를 다시 배웅해 드리고 돌아와 할머니가 사오신 하늘선물마가렛트를 보니 왜그리 가슴이 멍먹하고 눈물이 흐르던지.. “커피에 콕 찍어서 먹어요라는 할머니의 말씀이 자꾸만 생각난다.

할머니의 말씀따라 커피에 콕 찍어 먹으니 너무나 달콤함은 물론 천근같던 몸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새털처럼 가벼워졌다.

구겨진 비닐 액자 속에 담긴 할머니의 인자하고 선하신 미소가 힘겨운 나의 하루를 그렇게 지켜주었다. 아마도 과자를 커피에 찍어 먹던 그 맛을 난 오래토록 잊지 못할 것 같다.

살다보면 때가 있어 참고 기다려야 최선인 것도 있지만 그 때가 바로 지금이어야 하는 것들도 많은 거 같다. 그 때가 되면 미루지 말고 최선을 다해야 함을 또 깨닫는다.

매일 반복되는 내딤이 매한날 같은 일상이라지만 유난히도 더 즐겁고 행복한 날이 있다.
바로 오늘이 그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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